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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작은 연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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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메시스TV 2012. 6. 21.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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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60년에 바치는 헌정영화 <작은 연못>
142명의 배우, 229명의 스태프들이 8년 동안 노개런티로 만든 역사
오승주 (dajak97) 기자

  
<바시르와 왈츠를>은 인류사의 부끄러운 기록 가운데 하나인 사브라-샤틸라 학살사건 (1982년 9월16일)를 학살에 참여한 당사자인 이스라엘 인의 눈으로 그린 것이 특색이다.
ⓒ Waltz with Bashir, 2008
바시르와 왈츠를

'망각된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있다. 정보의 홍수 속에 살면서 중요한 역사적 사실들이 사람들의 뇌리에 사라지고 있다. 이명박 정권 이후 '전두환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실제로는 전두환 시절에 어떤 일이 벌어졌고, 어떤 것을 잊어서는 안 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급기야 고등학교 역사 과목도 수능 시험의 선택 과목으로 추락한 상황이다.

 

이런 의미에서 '역사적 망각'이라는 공백을 채워주는 역할을 '문화'가 맡는 일은 전혀 이상하지 않아 보인다.

 

영화와 책으로 소개된 <바시르와 왈츠를>은 1982년 1차 레바논 전쟁 때 베이루트의 팔레스타인 난민촌에서 이스라엘과 공조한 기독교도 팔랑헤당 민병대들이 3000여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무참히 대량 학살했던 사실을 폭로한 작품이다.

 

이 작품을 만든 아리 폴먼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바시르>를 만드는 4년 동안 세 아이가 태어났다. 아마도 나는 내 아들들을 위해 이 영화를 만든 것 같다. 그들이 자라서 이 영화를 보게 되면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어떤 전쟁에도 참여하지 않겠다든가 하는 결정 말이다"

 

이 영화는 개봉 이후 제66회 골든글로브시상식(2009) 외국어작품상을 수상하는 등 수많은 상과 찬사를 받았지만, 정작 아리 폴먼 감독은 이스라엘인들로부터 '조국의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히기도 했다.

 

영화인들, 노근리학살을 '헌정영화'로 만들다

 

올해는 한국전쟁 60주년이다. 1950년 7월, 충북 영동군 노근리의 철교 밑 터널(속칭 쌍굴 다리) 속으로 피신한 인근 마을 주민 수백 명이 미군들의 무차별 사격으로 무참히 살해된 '노근리 사건'이 60년 만에 영화화되었다.

 

노근리 사건은 지난 1999년 AP통신 기자들을 통해 그 진상이 밝혀졌다. 그들은 비밀 해제된 미 군사 문건을 검토, 사건 발생 당시의 미군 이동 경로와 현장에 주둔했던 미군부대를 찾아내고 당시 가해자인 미군과 피해자인 한국의 생존자들의 증언으로, 잊혔던 사건의 궤적을 맞춰냈다. 수 년간의 노력을 통해 '노근리 사건'의 전모가 밝혀졌지만 막상 이러한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부끄럽게도 이 사건을 알리려는 노력은 해외에서 더욱 눈물겹게 이어졌다. AP통신의 보도 이후 2002년, 영국의 BBC 방송은 다큐멘터리 <Kill'em All>을 제작해 '노근리 사건'을 다시 한 번 전 세계에 알린다.

 

이에 자극을 받은 한국 영화인들이 <타임캡슐> 작업에 나섰다. 2003년부터 문성근, 고 박광정, 송강호, 문소리, 박원상 등 142명의 한국의 대표 배우들과 229명의 스태프들이 임금을 받지 않고 영화 작업을 했다. 특히 고 박광정에게는 <작은연못>이 유작이 되었다.

 

영화 <작은 연못>은 최상훈 기자를 포함한 AP통신 기자들의 '노근리 사건' 특종보도 기사를 토대로 영화화를 검토하여 기획을 시작했다. 4년에 걸쳐 노근리 현지 답사와 생존자 및 유가족 인터뷰 등의 자료 조사를 철저하게 진행했고, 2003년 국내에 번역본으로 출간된 '노근리 다리'와 노근리 대책위원회 위원장 정은용씨의 저서 <그대, 우리의 아픔을 아는가>를 원작으로 삼았다. 그 후 3년여간의 시나리오 작업, 6개월 간의 촬영 준비와 3개월 간의 촬영, 다시 3년여 간의 후반 작업이라는 기나긴 공정을 거쳐 <작은 연못>은 완성되었다.

 

  
142명의 한국의 대표 배우들과 229명의 스탭들이 노개런티로 작업한 <작은 연못> 덕분에 40억원의 제작비가 소요되는 영화를 10억원으로 만들 수 있었다.
ⓒ 노근리 프로덕션
작은 연못

영화인들이 헌정한 영화, 관객들이 받을 차례다

 

영화를 제작하는 동안에도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완성된 영화를 많은 사람들에게 보게 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 보인다. <작은 연못>은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프리젠테이션에 초청돼 국제무대에 먼저 선보였지만, '좌파 논란'으로 초청작에서 제외될 뻔했다.

 

문제는 배급인데, CGV, 롯데시네마 등 공룡 배급사들이 장악한 한국 영화 시장에서 마땅한 배급사를 찾지 못한 것이다. <작은 연못> 제작진은 시민사회 및 누리꾼들과 '작은연못 배급위원회'를 조직해 전국 230개 상영관에서 1만천여 명을 대상으로 한 시사회를 전개하는 등 눈물겨운 노력을 하고 있다.

 

오는 4월 15일에 있을 개봉 후에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스크린이 확보되지 않아 영화가 조기 종영되는 최악의 상황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언론 보도와 시민들의 프리뷰, 리뷰 등을 통해 입소문이 나고 있지만, 얼마나 흥행으로 이어질지는 영화를 개봉해 봐야 결과를 알 수 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작은 연못>이 단명한 영화가 될 것인가, 관객에게 사랑받는 영화가 될 것인가는 오로지 관객의 손에 달려 있다.

2010.03.19 19:19 ⓒ 2010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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