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술 인술]정신질환자 500만 시대, 배제 대신 포용을




경찰청에서 경찰공무원 선발 시 지원자의 정신질환 치료 경력을 조회할 방침이라고 얼마 전 밝혔다. 

병영 내 자살, 폭력 등 사건 사고가 잇따르는 국방부에서도 경증 정신질환자의 현역 입영을 차단하고, 인성검사를 인사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다. 최근의 안전사고들이 정신질환 탓인 듯 대책을 쏟아내지만, 이러한 접근이 과연 합리적 근거가 있는지 한번 생각해봐야 할 때다.

정신질환 환자는 잠재적인 범죄자일까. 2012년 대검찰청 통계를 보면 범죄자 128만여명 중 정신질환자의 비율은 0.3%에 불과하다. 미국에서도 학교나 사회에서 총기난사 사건을 벌인 범인 110명 중에서 정신건강 문제가 제기된 경우는 12명에 그쳤다. 또 우리나라 군대 내 총기난사나 가혹사건의 가해자 중에 정신질환자로 밝혀진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군대 내에서의 끔찍한 폭력사건은 <엑스페리먼트>라는 영화로 제작된 스탠퍼드대학 실험이 잘 설명하고 있다. 평범한 자원자를 죄수와 교도관으로 나눠 가짜 감옥에서 생활하게 했더니, 자기 역할에 몰두하고 서로를 통제하려고 노력하면서 상대에 대한 비정상적인 가학성과 공격성이 표출되었다. 즉 군대 내의 폭력사건은 드러나지 않은 정신질환자 때문이 아니라 20대 초반의 감정조절이 잘 안되는 청년들이 군대라는 지휘-복종 관계의 격리된 환경에서 생활하며 공격성 조절 실패로 비롯된 비극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특수한 배경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건을 정신질환 문제로 단순화시켜, 조직에서 정신질환자를 찾아내 배제하면 이런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대책을 내놓았다.

만약 경찰청이나 국방부가 정신질환 병력을 조회하거나, 임용이나 승진에서 불이익을 준다면 젊은이들은 정신적인 문제가 생겨도 치료를 받지 않거나, 병력조회가 되지 않도록 비보험진료나 사이비 의료에 의존하게 되고, 인성검사에서 만점을 받도록 공부를 할 것이다. 겉보기에는 정신질환자가 없어진 것처럼 보이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정신보건 시스템을 망가뜨리고 국민의 정신건강 수준을 악화시키게 될 것이다.

정신질환은 결코 치료가 안되는 불치병이 아니다. 우울증, 공황장애 같은 정신질환의 경우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업무수행 등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전혀 없다. 중증 정신질환의 지속적 치료 또한 범죄예방과 사회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최근 미국정신의학회에서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폭력행위 등으로 시설에 수감된 중증 조현병 환자도 장기 지속형 주사제 등으로 꾸준히 관리하면 사회에서 재범 위험이 감소되었다. 만약 사회가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불이익을 주게 되면, 결과적으로 치료를 받을 기회를 놓치게 되어 사회는 더 불안정해질 것이다.

선진사회로 나아갈수록 정신건강은 중요하다. 우리 사회도 정신질환자를 조사해 배제하는 정책이 아니라 오히려 국민들이 열린 마음으로 정신건강 문제를 주변사람들과 소통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장려하는 사회, 정신질환을 앓아도 사회와 쉽게 통합되는 포용의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미국 내 총기난사 사건 직후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는 정신건강 문제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더 악화되기 전에 필요한 치료를 받도록 도와야 한다”며 정신질환을 치료받은 사람을 포용하는 정책을 펴겠다고 약속했다. 한국의 정치지도자들도 “우리 사회의 정신건강 향상을 위해 정신건강 치료에 방해가 되는 각종 법률과 정책을 철폐하겠다”고 외치는 날을 기대해 본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10232049145&code=90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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