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양심적인 민주주의자로 추앙받았던 고 김근태 전 민주당 의원(1947~2011)의 4주기를 기리는 현대미술작가들의 전시회가 서울시청 시민청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김근태를 생각하는 문화예술인 모임 ‘근태생각’이 18일부터 열고있는 4주기 추모전 ‘포스트 트라우마(POST TRAUMA)’ 전이 그 작품마당이다. 미술사연구자 박계리씨와 큐레이터 구정화씨가 같이 기획한 이 전시는 전쟁, 분단의 역사적 상처가 현재도 아물지않은 우리 현실을 성찰한다는 취지 아래 만들어졌다. 남북한 평화체제의 전환이야말로 이땅에서 민주주의 원칙을 지키는 전제조건임을 역설했던 고인의 화두를 작가 8명이 회화, 영상, 설치, 퍼포먼스 등 작품 40여점으로 다채롭게 풀어냈다.
지난 5월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 영상물 <위로공단>으로 한국작가로는 처음 본상을 받은 임흥순씨는 탈북자 가수 김복주씨가 분단과 두고온 고향에 대해 느끼는 복잡한 심경을 그의 노래와 함께 풀어낸 영상작업을 선보였다.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이 선정한 ‘올해의 작가’ 노순택 사진가는 2009년 용산참사 뒤 진상규명 투쟁현장을 찍은 사진 속에서 우연히 찾아낸 김 전 의원의 사진과 짧은 에세이를 묶어 고인을 새롭게 추억하는 작업을 내놓았다. 고인이 재야시절 대표를 지낸 민주화운동청년연합(민청련)의 옛 활동가 2세들과 함께 협업하면서 민청련 사건의 역사적 의미와 현재를 조명한 김월식,이부록 작가의 작품도 눈에 띈다. 이밖에 조습작가는 분단과 전쟁 희생자들의 원혼이 유령처럼 이승을 떠도는 모습을 표상한 사진작업을, 전승일 작가는 절벽에서 날개를 달고 비상하는 사람의 실루엣 그림(사진)을 통해 역사적 트라우마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12월6일까지. 무료.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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