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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다큐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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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메시스TV 2012. 6. 23.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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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5.30(수) 03:00 편집

 

만화, 다큐를 만나다

 

 

 

거리를 감시하는 탱크와 아파치 헬기의 굉음이 일상화된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를 담담히 보여준다. 1960년대 도쿄 근교의 시골 마을이 일본 나리타 국제공항 후보지가 된 후 어떻게 피폐해졌는지를 다룬다. 전형적인 다큐멘터리나 논픽션의 소재들 같지만 아니다. ‘웃음의 매체’로 생각하기 쉬운, ‘만화책’에 나오는 내용이다. 올해 초 출간된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비망록’(조 사코·글논그림밭)과 ‘우리마을 이야기’(오제 아키라·길찾기)는 꼼꼼한 취재를 바탕으로 사실을 기록한 만화다.

두 작품에서 보듯 현실을 고발하거나 사회성 짙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다큐멘터리 만화’가 2010년을 기점으로 꾸준히 출간되고 있다. ‘대재앙’이라는 뜻의 ‘메즈 예게른’(파울로 코시·미메시스)은 1915∼1916년 터키의 아르메니아인 대학살을 다룬 다큐 만화다. ‘우국의 라스푸틴 1, 2’(이토 준지·시공사)는 일본 외교관 ‘라스푸틴’을 통해 러시아 정권의 실체를 파헤쳤고, ‘68년, 5월 혁명’(아르노 뷔노·휴머니스트)은 1968년 프랑스에서 일어난 학생운동을 한 세대가 지난 오늘의 시각에서 바라본다. 용산참사 이후의 삶을 그린 ‘떠날 수 없는 사람들’(김홍모 등·보리), 삼성 반도체공장 백혈병 사망 노동자를 다룬 ‘사람 냄새’(김수박·보리) 등 국내 작가들의 다큐 만화는 사회 현안을 소재로 한 작품이 많다.

국내 작가들이 참여하는 다큐 만화 전문지도 나왔다. 출판사 휴머니스트는 지난해 12월 다큐 만화 잡지를 표방한 ‘사람 사는 이야기’ 창간호를 펴냈으며 이달 7일 2호가 출간됐다. 이에 앞서 출판사 길찾기는 지난해 1월 ‘만화를 통해 사회를 본다’는 취지로 격월간 만화잡지 ‘싱크(SYNC)’를 창간했다. 다음 달 9호가 나온다.

이렇게 ‘다큐’와 ‘만화’의 결합 시도가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박석환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콘텐츠비즈니스팀장(만화평론가)은 30, 40대 성인이 만화의 주요 소비층이 됐다는 점을 지목했다. 1980, 90년대 초중고교 시절 만화책을 탐독한 이들이 성인이 되면서 깊이 있는 정보와 사회 비판의식이 담긴 만화를 소비하기 시작했다는 것. 박 팀장은 “만화시장도 과거엔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였다면, 지금은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바뀌었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상품군 개발이 필요해졌고, 다큐 만화 등 틈새 만화까지도 나오게 됐다”고 분석했다.

무겁고 어두운 현실을 만화 특유의 위트와 구성으로 그려내는 젊은 작가군이 형성된 것도 주요 이유 중 하나다.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 만화창작과 교수(만화평론가)는 “만화라고 하면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픽션을 떠올리지만, 글과 이미지를 함께 보여주는 만화는 현실을 고발하고 사회를 비판하는 메시지도 잘 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큐 만화는 마니아 독자층을 중심으로 많게는 3000부가량 팔리고 있다. ‘사람 사는 이야기’를 펴낸 위원석 휴머니스트 교양만화 주간은 “다큐 만화는 기존의 만화 독자 외 인문이나 역사,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은 이들까지 독자로 확보할 만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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