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탐색]만화로 읽는 가자 지구의 비극
2012 02/14주간경향 962호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비망록> 조 사코 지음·정수란 옮김·글논그림밭·2만5000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 자행한 홀로코스트(유대인 학살)는 이스라엘 건국의 정당성을 대변해온 강력한 역사적 알리바이였다. 그러나 한 시절 처참하게 핍박당했다는 사실이 타 민족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하는 구실이 될 수 있는 것일까. 이 점에서 팔레인스타인 문제는 이스라엘 최대의 역사적 아킬레스건이기도 하다.

지중해의 섬나라 몰타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교육 받은 만화작가 조 사코는 이스라엘의 아픈 부분을 가장 예리하게 들쑤셔온 사람들 중 하나다. 날카로운 문제의식과 성실한 현장취재를 바탕으로 분쟁지역 르포 만화를 그려온 그는 1993~1995년 사이에 발표한 9부작 연작 만화 <팔레스타인>으로 1996년 미국도서출판대상을 수상하면서 ‘코믹 저널리즘’(만화 저널리즘)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에서 2009년 출간돼 이번에 한국어판이 나온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비망록>은 전작 <팔레스타인>보다 더 두꺼운 분량으로 팔레스타인 문제를 집중 조명한다. 이번 이야기의 배경은 1956년 11월 수에즈 전쟁 당시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를 점령하면서 가자 지구 칸 유니스와 그 이웃 마을 라파에서 일어난 두 차례의 민간인 학살 사건이다. 

1956년 11월 칸 유니스에서는 민간인 275명이 사망했다. 라파에서는 111명이 사망했다. 문제는 두 사건 모두 공식기록에서는 자료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이야기는 작가가 팔레스타인인 동료의 도움을 받아 당시 두 사건의 생존자를 찾아가는 여정으로 그려진다. 작가는 사건 당시 생존자들뿐만 아니라 그 여정에서 만난 수많은 인물들의 증언을 생생한 그림으로 극화한다. 이야기의 핵심은 민간인 학살 사건의 전모를 그려내는 것이지만, 작가는 펜촉의 보폭을 과거의 사건을 재현하는 것으로만 한정하지 않는다. 과거의 참극을 통해 오히려 더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2000년대 가자 지구의 모습이 50여년 전과 비교해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가자 지구 팔레스타인인 실업률은 50%에 육박하고 주민 70%는 최저빈곤선인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생활한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출입증 없이는 가자 지구를 떠날 수도 없고 다시 들어갈 수도 없다.

책이 다루고 있는 사건은 공식 역사에서는 거의 망각된 작은 사건에 불과하다. 그러나 작가는 직업적 저널리스트를 부끄럽게 만드는 취재력으로 망각 속에 묻혀 있던 사건을 복원해냈다. 작가는 책 말미에 1956년 사건과 관련된 공식 기록, 2003년 5월 이스라엘 국방부 대변인과의 인터뷰, 관련 통계, 참고문헌 등을 꼼꼼하게 덧붙여놓았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2012. 2. 14

http://newsmaker.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6&artid=201202071711441&pt=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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